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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화상 그리기
봉쇄 수도원을 아세요
한번 들어가면 다시는 문 밖 세상으로 나오지 않고
세상을 위해 기도를 바치고 노동을 하다 그 안에 조용히 묻히는 곳
봉쇄 수녀원의 이름 없는 수녀님이 저에게
우린 함께 봉쇄된 벽 속의 동지가 아니냐며
수줍고 잔잔한 편지를 보내 오셨습니다
이 흐린 세상에 그래도 한 줄기 맑은 향기가 그치지 않는 건
이름도 없이 소리도 없이 자신을 낮고 작은 곳에 가두어놓고
일생을 가슴 치며 온 몸으로 기도 바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지요
수녀님께서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박 시인의 모습이라며
몽당 크레용으로 그림을 그려 보냈는데
히히 이게 나라구?
웬 이쁜 외계인? 입체파 추상파? 지 맘대로 꼴라쥬?
혼자서 깔깔거리다 문득 다시 들여다보니
귀가 이렇게 유난히 큰 것은
말 잘하는 것보다 잘 듣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너무 작아 소리 없는 말에도 나직이 귀기울이라고
눈이 이렇게 푸른 것은 멀리 내다보는 눈을 가지라고
새로 걸어오는 것들은 잘 보이지 않으니
미래를 바라보는 눈 푸른 사람이어야 한다고
가슴에 불을 그려넣은 것은
침묵의 불덩어리를 품고 가라고
온갖 비판과 치욕을 다 받아 녹이며 가라고
발이 이렇게 큰 것은 발은 정신의 발이니.
발로 걸어다닌 만큼 사유의 공간은 커지는 것이니
온 지구를 누비며 배우고 깨치는 순례자의 발이 되라고
지금 내 자화상을 그려본다면
못생긴 큰 입에 작은 귀, 냉정한 가슴, 좁은 발일 텐데
힘있고 잘 나가는 것만 눈에 들어오는 검붉은 눈일 텐데
부끄럽습니다 수녀님
벽 속에서 살다 그 안에 말없이 묻혀갈 당신을 생각하며
보내주신 그림 따라 살아가겠습니다
언젠가는 저도 예뻐진 자화상을 그려 보내겠습니다
박노해 시인의 <오늘은 다르게>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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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기억과 이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신의 선물이지요..
좋은 기억을 되새기면서 착하고 선한일은 반복하라고 주신
것입니다.
이성은 잘못된 행동이나 처음하는 행동은 잘 헤아려보고 하라고 주신것입니다.
이런 귀한 선물을 받은 유일한 생명인 인간은 어째서인지,
선은 알면서도 애써 외면하고
악은 모르는 척,아니면 다른 사람들이 하니까 하는 식으로 지속적으로 반복하는지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