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과 생강 2009. 11. 12.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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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6월호 좋은느낌, 좋은만남]

 

아버지와 신발

 

  누가 아버지의 이야기를 꺼내면 나는 유독 아버지가 사 주시던 신발 생각이 난다. 요즘 아이들이야 '메이커 있는' 품질 좋은 운동화를 사 신지만 내가 어릴 적만 해도 검정고무신이나 질 낮은 운동화가 고작이었다.

  아버지는 언제나 내 발보다 한두 치수 큰 신발을 사 주셨다. 나는 처음에 아이들이 워낙 빨리 자라고, 가난한 집안 형편에 어떻게든 더 오래 신발을 신기기 위해서 그러시는 줄 알았다. 그러나 나는 무슨 신발을 신든 그리 오래 신지는 못했다. 내 발이 채 크기도 전에 언제나 신발이 먼저 떨어져 버렸다. 신바의 품질이 너무나 나빴기 때문이다. 아무리 아껴 신어도 항상 신발이 먼저 달아 내 발에 꼭 맞는 신발을 신을 기회란 거의 없었다.

  나는 언제나 그게 불만이였다. 길을 걸을 때마다 신발이 벗겨질까 봐 조심스럽게 걷지 않으면 안 되었다. 한 번은 운동회때 신발을 신고 달리다 꼴지를 한 적도 있었다. 나는 자연히 걸음이 느려졌도 아무리 급한 일이 있어도 뛰어가는 일이 드물었다.

  세월이 흘러 내게도 아버지의 신발을 사 드릴 기회가 생겼다. 아버지의 회갑을 기념하기 위해 구두가게에 들른 것이다. "예전에 저한테 그러셨던 것처럼 이번에는 아버지가 한 치수 더 큰 구두를 사세요." 예전 기억을 더듬으며 농담을 건네자 아버지는 싱긋이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내가 네 발보다 큰 신발을 사준 것은 나름대로 생각이 있어서다. 그전 항상 여유를 가지고 살라는 뜻이야. 자기 발에 꼭 맞는 신발을 신고 정신없이 뛰어다니며 바쁘게 세상을 사는 것보다 조금 헐거운 신발을 신고 여유있게 세상을 사는 게 더 낫지 않겠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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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이 지닌 병중에서 가장 무서우면서도 가장 등한시되고 있는 병이 빨리빨리 병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이러한 병은 우리나라에서 아주 급속히 퍼졌고 지금은 병이 아닌 생활의 일부가 되어버렸습니다.

하루에 하늘 한 번 쳐다볼 여유도 없고 나무에 말을 걸어볼 시간적인 벼려도 없는 삶의 목적이 무엇인지 알수없는 지금의 삶이 과연 신이 인간을 이 땅에 살게 하신 목적은 아닐 것입니다.

바쁘다고 많이 행복해지는 것도 아니고,많이 갖는다고 아름다운 삶을 사는 것도 아닌데 우리는 너무 치열하게 사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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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계영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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