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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주 가까운 곳에 우리의 행복은 있습니다. 자신을 돌아보고 자신에게 웃고 있는 행복이란 녀석을 우리는 사랑해야 합니다.
    뒤죽박죽세상사 2011. 10. 14.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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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족의 품 안에서 꿈꾸는 행복


    허풍이 지나쳤던 아버지는 언제나 가족들에게 '인생은 한 방'이라고 말씀하셨다.

    “이번 한 방이면 고생도 끝이다. 이번엔 뭔가 다르다니까….”

    노력 없이 대가만 바라는 아버지의 허황된 꿈에 가족들은 늘 불안해하며 월세방을 옮겨 다녀야 했다. 방을 구하지 못해 길바닥에서 밤을 지새운 적도 있었다.

    실망스러운 모습에 차츰 아버지에 대한 기대가 사라지더니 어느새 내 가슴에서 아버지란 존재는 저만치 먼 곳에 가 있었다. 그런 내 모습이 서운하셨는지 하루는 아버지가 술에 잔뜩 취해 하소연을 늘어놓으셨다. 하지만 이미 마음의 문을 굳게 닫은 나는 아버지를 외면했다. 아버지는 가족들이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지 않는다며 살림살이를 집어 던지더니 급기야는 부엌칼을 가지고 나와 “다 죽여 버리겠다”며 위협했다.

    엄마의 머리채를 휘어잡은 아버지를 좀 말려 보라는 할머니를 뒤로 한 채 결국 나는 집을 뛰쳐나오고 말았다. 막상 집을 나왔지만 고등학생 신분에 잠자리까지 해결할 수 있는 일자리를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럴수록 아버지에 대한 원망은 커져만 갔고 다시는 가족을 찾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힘들게 주유소에서 아르바이트 자리를 얻었다. 일은 힘들고 월급도 제때 받지 못했지만 곧 직원으로 채용해 주겠다는 사장님 말씀에 꾹 참으며 1년 동안 열심히 일했다.

    하루는 일하던 중에 고등학교 동창을 만났다. 예쁜 옷을 입고 고급차에 앉아 있던 그녀는 내가 가출에 퇴학까지 당한 줄 몰랐다며 안쓰러운 표정을 지었다. 난 아무렇지 않은 듯 잘 지낸다며 어색한 웃음을 지어 보였지만 마지막으로 그녀가 내뱉은 한마디는 가시가 되어 내 마음을 마구 찔러댔다.

    “너네 엄마 길바닥에서 나물 장사하더라. 나물이 다 시들어 빠져서 좀 그렇던데….”

    한동안 멍하니 서 있다 결국은 사고를 치고 말았다. 차가 들어오는지도 모르고 넋 놓고 있다가 급한 마음에 경유차에 휘발유를 넣은 것이다. 사장은 정신을 어디다 빼놓고 있냐며 내 뺨을 때리더니 당장 일을 그만두라고 소리쳤다. 다시는 이런 일 없을 거라며 애원했지만 소용 없었다. 오히려 사장은 내 주머니를 뒤지더니, 방금 전 손님에게 받은 돈이 왜 여기 있냐며 나를 도둑으로 몰았다. 당황한 나머지 돈 갖다 드리는 것을 깜빡한 것인데, 사장님은 그동안 마감하며 돈이 부족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라고 억울한 누명까지 씌워 나를 내쫓았다.

    그렇게 쫓겨나 무작정 걷다 보니 어느새 집이었다. 아버지는 여전히 술에 취해 있었고 엄마는 마루에 걸터앉아 헝클어진 머리를 추스르며 멍든 눈가의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 그 모습에 마음이 아파 눈물을 쏟았지만 이를 악문 채 발길을 돌리고 말았다. 그동안 모은 돈을 모두 털어 어렵게 작은방을 구했다. 물도 제대로 나오지 않고 곰팡이 냄새로 머리까지 아픈 지하 방이었지만 주인집 아주머니 소개로 식당 일자리도 얻고 다시 용기를 낼 수 있었다.

    고된 주방 일을 이겨 내고, 그리운 집 생각을 떨치기 위해 술에 의지하며 살기를 십 년. 그렇게 모진 세월을 견뎌 냈지만 몇년 만에 길에서 만난 아버지가 버려진 담배꽁초를 주워 입에 무는 모습을 보고 내 마음은 단번에 무너지고 말았다. 집에 가 보니 할머니는 돌아가신 지 오래였고, 엄마는 중풍으로 당장에라도 고꾸라질 것처럼 몸을 부르르 떨고 있었다.

    나는 그만 털썩 주저 앉고 말았다. 나만 살겠다고 가족을 버린 채 살아온 이기적인 내가 미워 미치도록 화가 났다. '모든 걸 되돌릴 수만 있다면….' 뒤늦은 후회로 몇 날 며칠을 방에 틀어박혀 눈물만 쏟았다. 그러다 지금부터라도 가족들을 위해 평생 사죄하는 마음으로 살아야겠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큰소리만 치던 아버지도 공사장에서 벽돌을 나르며 노력하고 있고, 뭐가 그리도 좋은지 나만 보면 힘겹게 웃는 엄마와 한집에서 살 수 있음에 감사한다. 생각해 보면 뒤늦게나마 잃었던 가족을 되찾은 내가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아닌가 싶다
    .
    필자 : 안소연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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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고 싶다면
    지금 당장행복하면 된다.
    지금 이 순간 내가 가진 것을 음미하면서.

    이 세상에서 가장 불행하고 싶다면
    지금 당장 내게 없는 것만을 생각하면서
    불행하다고 여기면 된다.

    결국, 선택은 자신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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