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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자격과 어머니의 자격뒤죽박죽세상사 2010. 2. 9. 11:11
어머니가 놓아 주신 신발 어머니는 아버지의 주사와 의처증때문에 눈물겨운 고생을 하셨습니다. 아버지가 술을 먹고 들어오는 날이면 식구들은 잔뜩 긴장했습니다. 어디로 도망을 갈까. 어머니는 또 얼마나 몸이 상하실까? 우리 네 딸들은 미리 옷을 챙겨 입은 뒤 이마까지 이불을 덮어쓰고 있었지만 신경은 온통 바깥에 가 있었습니다. 이윽고 집 안으로 들어온 아버지는 여지없이 어머니를 때리고 그나마 성치 않은 가재도구들을 마구 내던지셨습니다. 겨울 어느 날, 대낮부터 술에 취한 아버지는 또 어머니를 괴롭혔습니다. 언니들은 집에 없었고 동생과 나는 신발도 신지 못하고 급히 이웃집으로 피했습니다. 울다 지친 동생이 이웃집 아저씨 품에서 잠들 무렵 어머니가 궁금해진 나는 흰눈을 밟으며 조심조심 집으로 갔습니다. 집 안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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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냄새가 나는 사람으로 남고 싶습니다.뒤죽박죽세상사 2010. 2. 8. 10:59
그대와 함께 있으면 어느새 나도 하나의 자연이 됩니다. 주고 받는 것 없이 다만 함께 한다는 것만으로도 바람과 나무처럼 더 많은 것을 주고 받음이 느껴집니다. 그대와 함께 있으면 길섶의 감나무 이파리를 사랑하게 되고 보도 블럭 틈에서 피어난 제비꽃을 사랑하게 되고 허공에 징검다리를 찍고 간 새의 발자국을 사랑하게 됩니다. 수묵화 여백처럼 헐렁한 바지에 늘 몇방울의 눈물을 간직한 주머니에 천원 한장 없어도 얼굴에 그늘 한점 없는, 그대와 함께 있으면 어느 새 나도 작은 것에 행복을 느낍니다 그대의 소망처럼 나도 작은 풀꽃이 되어 이 세상의 한 모퉁이에 아름답게 피고 싶습니다. 그대는 하나도 줄 것이 없다지만, 나는 이미 그대에게 푸른 하늘을, 동트는 붉은 바다를 선물 받았습니다. 그대가 좋습니다. 그대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