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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희망의 끈을 놓지않고 살아가다 보면 반드시 희망의 싹은 트고 삶은 빛나는 전설이 될 것입니다.
    마늘과 생강 2012. 3. 6.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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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그의 해맑은 웃음을 보고 첫눈에 반해 만난 지 6개월 만에 결혼했다. 그런데 결혼하고 일주일 된 날, 나는 그가 빚을 내 전세방을 얻었고 달마다 60만 원씩, 4년간 빚을 갚아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형편이 넉넉하지도 않은데 남편이 회사를 그만두고 의료기기 개발 사업을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남편은 가끔 외국으로 기술을 전수하러 출장도 갔기에 나는 그 실력을 믿고 꿈을 한번 마음껏 펼쳐 보라고 응원했다.

    남편은 법인회사의 대표이사가 되어 다섯 명의 동업자와 함께 정말 열심히 일했다. 한동안 남편이 생활비 한 번 제대로 가져다준 적 없었지만 나는 원망하지 않았다. 회사가 기반을 잡으려면 으레 그런 힘든 과정을 겪는다고 여겼고, 또한 남편 마음이 편안해야 일에 더욱 집중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로부터 삼 년 뒤 다행히 회사 일이 잘 풀린 덕에 작은 아파트도 샀다. 그런데 그 행복은 오래가지 않았다. 동업자 두 명이 거액의 공금을 횡령한 것이다. 그들은 처음부터 작정하고 치밀하게 계획을 세웠고, 우리는 그대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그 일이 계기가 되어 사업은 점차 기울었고, 남편에게는 5억 원의 빚과 함께 시련이 닥쳤다. 집 안 가구마다 압류 딱지가 붙은 것은 물론 채권자들은 날마다 전화를 걸어 당장 빚을 갚으라고 협박했다.

    나는 배신한 동업자들을 고발하라고 했지만 남편은 어떠한 조치도 하지 않았다. 우리에게는 소송을 걸 돈조차 없는 것이었다. 그저 남편은 잘못을 저지른 사람은 나중에 꼭 그 죗값을 치르게 된다며 우리 살길부터 찾자고 했다. 하루아침에 집을 비롯해 세간을 모두 잃은 우리 가족은 사글세방으로 이사했다. 나는 그 상황이 견딜 수 없을 정도로 힘들었고, 급기야 심한 우울증까지 앓았다.

    어느 날, 답답하고 착잡한 마음에 일곱 살 아들을 데리고 무작정 운전을 해서 마산의 한 바닷가에 갔다. 그때 아들이 한 말과 눈빛을 나는 잊을 수 없다. 내가 무슨 말을 한 것도 아닌데 아들이 “엄마, 나 죽기 싫어. 나중에 늙어서도 죽기 싫어.”라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나는 불안해하는 아들을 등에 업고 밤이 되기를 기다렸다가 바닷가로 향했다.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렸다. 등에 업힌 아들의 따뜻한 숨기운과 발끝에 닿는 바닷물의 차가운 느낌이 내 몸을 순식간에 반으로 갈라놓는 듯했다.

    바닷물이 내 허벅지에 닿았을 때 아들이 갑자기 내 목을 꽉 끌어안았다. 순간 나는 차마 더 깊은 바다 속으로 걸어 들어갈 수 없어 발길을 돌렸다.

    그 아들이 어느덧 초등학교 6학년이 되었다. 공부도, 운동도 잘하고 또래보다 생각이 깊은 아주 멋진 아이로 자랐다. 그런 아들을 보며 우리 부부는 살아갈 힘을 얻는다. 단돈 2만 원이 없어서 아들을 현장 학습에 보내지 못할 때, 양념통닭이 먹고 싶다는 아들을 위해 돈을 빌리러 갈 때 나는 마산 바닷가에서 본 아들의 눈빛을 떠올린다. 그러면서 쉽게 삶을 마감하려 했던 내 어리석음을 돌이켜 보고 반성한다.

    사업이 망해 빈털터리가 된 지 6년이 흘렀지만 우리 형편은 여전히 힘들다. 그러나 우리는 고난을 함께 이겨 내며 매일같이 웃을 수 있는, 지금 가진 것에 감사하는 가족이 되었다. 남편은 힘든 와중에도 술 먹고 흐트러진 모습으로 가족을 대하지 않았고 늘 밝게 웃었다. 또 아침에 일어나면 아들과 나에게 뽀뽀를 해 주며 “이 새벽 공기를 마실 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라고 말했다. 그런 남편 덕분에 우리 가족은 밝은 미래를 꿈꿀 수 있었다.

    건강하고 멋지게 자라 준 아들에게 고맙고, 나에게 결코 지루하지 않은 긴장감 속에서 인생을 살게 해 준 남편에게 고맙다. 돌이켜 보면 정말 나는 긍정적인 남편과 착한 아들 덕에 아내로서, 엄마로서 자리를 지킬 수 있었다. 앞으로 얼마나 더 긴장감 있는 인생을 살게 될지 모른다. 하지만 시련으로 더욱 단단해진 가족의 사랑이 있기에 나날이 더욱 행복해지리라 믿고 또 믿는다.
            -옮겨온 글-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자신의 삶에 대한 확신을 잃지 않는다면 오늘의 시련이 전설의 서막이었다는 사실을 알게될 것입니다.
    이 세상에는 죽음을 향한 길일줄을 알면서도 악마와 친해지는 다양한 인종들이 있습니다.
    인간의 모습만으로 인간임을 쉽사리 판단하는 실수만 하지 않는다면 삶은 반드시 제자리를 찾아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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