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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쪽이 부부


오일장이 서는 날이면 장터는
언제나 사람들로 북적거린답니다.
웅성웅성 모여 흥정하는 사람들,
자리다툼 하는 사람들,
언제나 시장통은 시끌벅적 온갖 사람들이 모이곤 합니다.
그 많은 사람들 가운데 트로트 메들리 소리,
탈탈 끄는 손수레와 함께 부부가 요란하게 등장합니다.

수레를 끄는 남편은 앞 못 보는 시각 장애인이고
수레에 탄 아내는 하반신이 마비돼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장애인입니다.
스스로를 반쪽이라 부르는 두 사람은
작은 손수레에 생활 필수품들을 가득 싣고 다니며
생계를 꾸려나갑니다.

“아저씨, 수세미 하나 주세요.”
“ 수세미가 어디 있더라...아. 여기 있어요.”
눈을 감고도 혼자서 물건을 척척 잘 파는 남편을 보며
아내는 흐뭇한 미소를 짓습니다.

“얼마에요?”
“천 원, 천원. 무조건 천 원입니다.”
그런데 어느 날,
남편이 큰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아내가 잠시 손수레에서 내려 숨을 돌리며 쉬는 사이에
더듬더듬 수레를 끌고 가던 남편이
고무장갑 하나를 팔게 되었습니다.

“자, 고무장갑 여기 있습니다.”
“... 여기 돈이요.”
고무장갑을 받아든 아주머니는 천 원짜리를 내고도
만 원짜리라고 속인 것입니다.

“ 그거... 만 원 짜린데요.”
“아, 죄송합니다. 9 천 원 거슬러 드릴게요.”
다른 날 같으면 손끝으로 꼼꼼히 확인을 했을 텐데
그날은 뭐에 씌었는지...
확인도 하지 않고 9 천 원을 거슬러 준 것입니다.

“ 내가 고무장갑 하나 팔았지. 자 여기 만 원.”
만 원이라며 천 원짜리 한 장을 내미는 남편을 보며
아내는 기가 막혔지만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았습니다.
“당신 이제 나 없어도 장사 잘하네.”

만일 아내가 잘못 거슬러 준 9 천 원이 아까워
남편에게 핀잔을 주었더라면
눈먼 남편은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며
마음을 할퀴었을지도 모릅니다.

수레를 끄는 눈먼 남편과 그 남편의 두 눈이 되어주는 아내가
읍내 골목을 휘저으면 사람들도 자동차도
다 자리를 내주고 비켜섭니다.

부부의 느리고 아름다운 퇴근길을
방해하고 싶지 않아서입니다...!

<모셔온 글>

이해와 사랑이라는 것은 어쩌면

사실보다 앞에 있는 가치인지도 모릅니다.

악은 선을 드러내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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