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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하트마 간디, 법정스님, 우주의 언어, 침묵, 고아수출국, 생이별
    뒤죽박죽세상사 2010. 4. 20.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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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수행자는 기도로써 영혼의 양식을 삼는다. 기도는 인간에게 주어진 마지막 자산이다. 사람의 이성과 지능을 가지고도 어떻게 할 수 없을 때 기도가 우리를 도와준다. 돌이켜 보니, 지나온 내 삶의 길목에서 나를 꿋꿋하게 받쳐준것도 그 기도의 힘이라고 생각된다. 기도는 마음에 평안을 가져올 뿐 아니라, 개체가 전체에 이르는 통로이기도 하다.

    오늘 아침 나는, 어제 만난 어린 세 남매를 위해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를 올렸다. 한 월간지에 실린 기사를 읽고 가슴이 미어지듯 아팠다. 밤에 잠자리에 들었다가도 문득 그 애들을 생각하고 베갯잇이 젖도록 울었다. 사연은 이렇다.

     야채장사를 하던 부모가 차사고로 죽자, 별안간 고아가 되어버린 어린 세 남매는 4개월을 고아원에서 지낸다. 한 복지기관을 통해 입양 희망자가 생겨 덴마크로 떠나는 길이다. 그런데 저쪽에서는 네다섯 살 짜리 어린 두 아이만을 원하기 때문에 삼남매 중에서 맏이인 여덟 살 짜리와는 어쩔 수 없이 생이별을 하게 된다.

    고아가 된 그
    어린 것들이 다시 흩어져야 하니 어린 마음들이 입을 그 상처가 얼마나 크겠는가. 비행기가 활주로로 움직이기 시작하자 그때까지 불안한 얼굴로 창밖을 내다보던 여자아이가 갑자기 울음을 터뜨렸다. 출국 수속장 앞에서 두 주먹으로 눈물을 훔치던 오빠와 떨어지지 않으려고 발버둥을 치던 동생 이다.

    홀로 외롭게 공항에 남겨진 오빠
    를 생각하고 그 애는 통곡을 한 것이다. 함께 가는 어린 동생은 아무 영문도 모르고 승무원이 가져다 준 장난감을 만지작거리다가 누나의 손을 잡은 채 잠이 들었다. 이 가엾은 아이들을 어찌할 것인가. 어린 싹들이 어째서 이런 아픔을 겪어야 하는가.

    제 오늘 나는 이 가엾은 아이들을 생각하며 가슴을 앓는다.
    이 땅에서는 그 애들을
    받아 줄 집이 없어 생나무 가지를 찢는 아픔을 보면서 그 어린 것들을 낯선 먼 나라로 떠나보내야만 하는가.

    우리도 이제는 살 만큼 사는데 언제까지 고아수출국 노릇
    을 해야 한단 말인가. 그 아이들 앞에 큰 죄를 짓고 있는 듯한 가책에 나는 괴롭다.

    부디 좋은 양부모를 만나 구김살 없이 튼튼하게 자라주기를 빌었다.
    홀로 떨어진 여
    덟 살 맏이도 아픈 상처를 딛고 꿋꿋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따뜻한 손길을 뻗쳐주기를 간절히 염원했다. 지금 이곳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지극히 소극적이지만 그 애들을 위한 기도밖에 없구나. 기도는 무엇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간절한 소망이다. 따라서 기도에는 목소리가 아니라 진실한 마음이 있어야 한다. 진실이 담기지 않은 말은 그 울림이 없기 때문이다. 누구나 자기 존재의 근원을 찾고자 하는 사람은 먼저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를 하라고 권하고 싶다.

    진정한 기도는 어떤 종교적
    인 의식이나 형식이 필요 없다. 오로지 간절한 마음만 있으면 된다. 순간순간 간절한 소망을 담은 진지한 기도가 당신의 영혼을 다스려 줄것이다. 그리고 기도에 필요한 것은 침묵이다.

    말은 생각을 일으키고 정신을 흩트려 놓는다. 우주의 언어인 거룩
    한 그 침묵은 안과 밖이 하나가 되게 한다. 마하트마간디는 그의 어록에서 이런 말을 하고 있다. "사람의 몸에 음식이 필요하듯, 우리 영혼에는 기도가 필요하다." "기도는 하루를 여는 아침의 열쇠이고, 하루를 마감하는 저녁의 빗장 이다."

    며칠 전, 인
    도의 불교성지를 순례하는 한 친지로부터 엽서를 받았다. 단체여행이라 하루에 열 시간 이상 버스로 또는 기차로 달리는 강행군이 었는데, 어느 날 기찻간에서 만난 인도의 어린 소년소녀에게서 ’간디의 기도문’ 암송을 듣고 큰 감동을 받았다고 한다.

    혼잡한 기찻간인데도 두 오누이가 합장을 하고 암송하는 모습을 보고, 그것이 무엇이냐고 물으니 마하트마 간디의 기도문이라고 해서 그걸 적어달라고 했단다. 그 기도문은 다음과 같다.

    "인도는 우리 나라입니다. 모든 인도 사람들은 우리 형제이고
    자매들 입니다. 우리는 인도를 사랑하고 그 풍요롭고 다채로운 문화유산을 자랑 스럽게 여기면서 항상 그 가치를 존중합니다. 우리는 부모와 선생님, 그 리고 모든 어른들을 존경하고 누구에게나 친절히 대합니다. 우리 나라와 국민에게 헌신할 것을 맹세합니다. 그분들의 평안과 번영이 곧 내 행복 입니다."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은
    날마다 이 기도문을 암송한다는 것이다.
    2백년 동안 영국의 혹독한 식민통치 아래
    서도 인도 사람들이 자기네 고유한 의상과 생활습관과 문화를 지킬 수 있었던 그 저력이 바로 이와 같은 기도의 정신 속에 깃들여 있었을 것이다. 기도문의 마무리에 ’우리 나라와 국민에게 헌신할 것을 맹세합니다. 그분들의 평안과 번영이 곧 내 행복입니다’ 라는 구절이 인상적이다. 나는 이 기도문을 읽으면서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내 자신은 나라와 국민에 대해서 과연 어떤 염원을 지니고 있는가 자문해 본다. 아무리 우리가 세계 일류국가의 대열에 끼고자 할지라도, 안으로 자기 나라와 국민에 대한 사랑이 없다면 그 길은 아득하다. 사랑이란 어떤 대상에 대한 끝없는 관심이요, 끊임없는 배려다.

    7세기 대승불교의 큰스승인 샨티데바는 말한다.
    세상의 모든 행복은 남을 위한 마음에서 오고 세상의 모든 불행은 이기심에서 온다.

     

    하지만 이런 말이 무슨 소용이 있는가. 어리석은 사람은 자기 이익에만 매달리고 지혜로운 사람은 다른 사람의 이익에 헌신한다. 그대 스스로 그 차이를 보라.

     

    - 법정 -

    현실에서 우리 모두는 같은 하늘아래서 살고 있지만, 삶을 바라보는 시각은 사뭇다르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나눔에 인색하고 영원히 살것같이 다투면서 손해에는 민감하고 희생에는 흐린 셈을 하는 현실이 때로는 안타깝습니다.

    이미 우리의 곁을 떠나 영면의 세계에 들어간 법정스님의 글 한귀절이 지금의 현실에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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