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코의 일기 2017. 1. 29.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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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코는 35살의  아내와 딸 아이 하나를 둔 평범한 

중견무역회사 직장인이다.

갓 과장이 된 그는 어찌보면 운이 좋았을수도 있지만, 그의

과다한 업무량과 조직에 대한 충성에 비하면 너무도 당연한

것이다.

본사는 서울이지만, 관련업체와 지사들이 전국에 산재되어 

있어서 출장이 일상인 것이 상사직원들의 숙명이다.


1999년 7월 19일도 그 놈의 일상적인 출장여행?이 누코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전 부서회의를 마치고 누코는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경부고속도로를 이용해서 부산으로 향했다.

물량확인과 선적관리를 위해서 부산지사로 내려가는 

중이었다. 서울을 갓 벗어났을때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사고가

난 차량이 갓길에 주차되어있었다. 

사고운전자는 중년의 여성이었는데 어쩔줄을 몰라하는 

것처럼 보였다.

누코는 예의 그 오지랖과 정의감이 발동해서 차를 갓길에 

세우고 도움을 주겠다는 일념으로 사고차량으로 달려갔다.

경황이 업어서 연기가 나는 차량으로부터 몸만 뼈져나온 

사고차량운전자는 발만 동동거리고 있었다. 

차량안에 휴대전화가 있어서 아무런 연락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누코는 재빠르게 보험사에 연락을 해주고 연기가 진정되자

열려있는 사고차량 앞 좌석으로 향했다.

휴대전화와 가방을 가져다 주려고 한 것이다.

그러나 그때 앞차량과의 안전거리를 위반한 한 소형차가 추월을 하려고 급하게 앞으로 나오다 사고차량을 미쳐 발견하지 못하고 뒤늦게 브레이크를 밟았다.

그 순간 누코는 돌진해오는 차량에 하반신을 가격당하고 

가드레일로 날아갔다.

순식간에 사고현장은 아수라장이 되었고 누코는 의식을 

잃었다. 


한동안의 시간이 흘렀다.

누코는 3일만에 정신을 차렸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하반신이 고통스러웠다.

하반신이 차량에 받쳐서 사용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처음에는 언론사들의 취재경쟁과 지방자치단체들의 

호들갑에 정신이 없었다.

"살신성인의 표본"이니, "타인을 돌보는 참 한국인상"이니 

하는 온갖 수식어가 한 동안 누코의 선택을 추켜세워주었다.


그러나 언론의 관심은 식어갔고, 회사에서는 자연스럽게 

명예퇴직되었다. 퇴원후에 아내는 생계를 책임져야 했고, 

딸아이는 침울하게 장애가 있는 아빠와 놀아야 했다.

사회는누코를 잊었고, 그에게 남은 것은 과거의 의인과 

현재의 무기력한 가장 그리고 남편, 아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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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계영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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