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게 있어서 가장 공정한 것은 한번의 탄생과 죽음이다. 그리고 그것은 인간이 피해갈 수 없는 운명이다.

2011. 3. 10. 00:10동서고금




네 명의 아내를 둔 남자

1막

네 명의 아내를 둔 남자가 있습니다.

그는 첫째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자나 깨나 늘 곁에 두고 살아갑니다.

둘째는 아주 힘겹게 얻은 아내입니다.
사람들과 피투성이가 되어 싸우면서 쟁취한
아내이니만큼 사랑 또한 극진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그에게 있어서 둘째는 든든하기 그지없는
城과도 같습니다.

셋째와 그는 특히 마음이 잘 맞아
늘 같이 어울려 다니며 즐거워 합니다.

그러나
넷째에게는 별 관심이 없습니다.
그녀는 늘 하녀 취급을 받았으며,
온갖 굳은 일을 도맡아 했지만
싫은 내색을 전혀 하지 않습니다.
그저 묵묵히 그의 뜻에 순종하기만 합니다.


2막

어느 때 그가 머나먼 나라로 떠나게 되어
첫째에게 같이 가자고 합니다.
그러나 첫째는 냉정히 거절합니다.

둘째에게 가자고 했지만 둘째 역시 거절합니다.
첫째도 안 따라가는데 자기가
왜 가느냐는 것입니다.

그는 셋째에게 같이 가자고 합니다.
셋째는 말합니다.
“성문 밖까지 배웅해 줄 수는 있지만
같이 갈 수 없습니다”라고.

그는 넷째에게 같이 가자고 합니다.
넷째는 말합니다
“당신이 가는 곳이면 어디든 따라가겠습니다.”
이렇게 하여 그는 넷째 부인만을 데리고
머나먼 나라로 떠나갑니다.


3막

[잡아함경]에 나오는 이 이야기의 '머나먼 나라’는
저승길을 말합니다.

그리고 '아내'들은 살면서 아내처럼 버릴 수 없는
네 가지를 비유하는 것입니다.


첫째 아내는 육체를 비유합니다.
육체가 곧 나라고 생각하며 함께 살아가지만
죽게 되면 우리는 이 육신을 데리고 갈 수 없습니다.

사람들과 피투성이가 되어 싸우면서 얻은
둘째 아내는 재물을 의미합니다.
든든하기가 성과 같았던 재물도 우리와 함께
가지 못합니다.

셋째 아내는 일가 친척, 친구들입니다.
마음이 맞아 늘 같이 어울려 다니던 이들도
문 밖까지는 따라와 주지만 끝까지 함께
가 줄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조금씩 나를
잊어버릴 것이니까요.

넷째 아내는 바로 마음입니다.
살아있는 동안은 별 관심도 보여주지 않고
궂은 일만 도맡아 하게 했지만
죽을 때 어디든 따라가겠다고 나서는 것은
마음뿐입니다.

4막

어두운 땅속 밑이든 서방정토든,
지옥의 끓는 불 속이던
마음이 앞장서서 나를 데리고 갈 것입니다.

살아 생전에 마음이 자주 다니던 길이
음습하고 추잡한 악행의 자갈길이었으면
늘 다니던 그 자갈길로 나를 데리고 갈 것이고요,

선과 덕을 쌓으며 걸어 다니던 밝고 환한 길이면
늘 다니던 그 환한 길로 나를 데리고 갈 것입니다.

그래서 살아있는 동안 어떤 마음으로 어떤 삶을
살았느냐가 죽고 난 뒤 보다 더 중요한 것 같습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사람을 돕듯이
복은 스스로 지어야만 받을 수 있습니다.
언제나 맑고 향기롭게
날마다 복 짓는 좋은 날 되소서...

<모셔온 글>

우리 모두는 탄생과 더불어 죽음을 향해서 한발씩 내딛습니다.
우리 모두는 죽음을 알고 있으면서도 항상 영원히 살것처럼 생각합니다. 그러나 죽음은 예외없이 우리를 찾아옵니다.

우리가 저승길에 올라서 염라국에 들어가기 전에 천당과 지옥으로 방향을 정한다고 합니다.
지금 까지 우리가 살아온 삶의 흔적을 가지고......
일상의 작은 배려가 우리의 죽음 이후의 삶을 보장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