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때와 달리, 위기는 더 강고하나 사람들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아는 것 같다는 지금, 얼마 전 요깃거리를 사러 사무실 앞의 작은 풀빵 집을 찾았다. 풀빵 굽는 아주머니는 사십 대쯤 되어 보였는데, 자신이 가장이라고 했다.
남편 없이 아이들을 키운다고.
측은한 마음이 들어 몇천 원어치 더 사서 나오려는데, 아주머니의 말이 불현듯 발을 붙들었다.
“이 풀빵 말이에요. 우리 식구들 먹여 살리는 명품이에요.
왜 목구멍에 풀칠해야 한다는 말 있잖아요. 우린 이걸로 밥을 먹는 거죠.” 아주머니는 밀가루 죽이 들어 있는 주전자를 들이부으며 말했다.
“입에 풀칠하려면 손님들이 먹고 맛있다고 해야 하니까 날마다 맛을 더 좋게 하는 방법을 연구 중이에요. 매일 조금씩 더 나아져서 이 동네에서 가장 맛있게 만들려고요. 품질이 좋아야 손님들이 또 오시지 않겠어요?”
사실 건성으로 들어 넘길 수 있는 말이었다. 그런데 그 말에는 요즘 기업들이 얘기하는 품질관리니, 고객만족이니, 마켓 리더십이니 하는 말들이 고스란히 들어 있었다.
다만 그것을 기업처럼 관용어로 내세우지 않을 뿐이었다. 게다가 가장으로서 삶의 현장에 나와서 뛰는 모습은 그 어떤 리더의 결단과 의지보다도 강해 보였다.
오늘날 우리는 리더십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 그러나 삶을 이끌듯 조직을 이끄는 리더십은 거창한 데 있는 게 아니다. 생활 현장, 사업 현장에 뿌리박힌 강한 생존 의지, 일어서고자 하는 의욕이 감동을 불러온다.
모든 교과서식 리더십은 가장 낮은 곳으로
내려가 삶을 관찰할 필요가 있다. 조직원과 기업을 이끄는 강력한 힘은 아주 작은 것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삶은 일상의 작은 공명이 빚어 낸 풀빵과 같은 것이다.
그걸 알 때 기업들은 요란하게 온갖 개선 활동을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업무 현장에서 차근히 문제를 조우하며 개선점을 찾게 될 것이다.
삶이란 흔한 비유대로 산을 넘는 것이다. 가장 큰 산 하나를 넘었다고 생각했는데, 눈앞에 끝도 없이 펼쳐지는 산악을 바라보며 망연해진다. 대체 어디로 향해야 하는지 걱정부터 앞선다. 이 엄청난 위기의 산을 넘는 지혜는 풀빵 굽는 아주머니에게서도 얼마든지 배울 수 있다. 많은 기업가들은 지금 무엇에 집중해야 할지 알 것이다.
전경일 님 | 인문경영연구소 소장ㆍ《마흔으로 산다는 것》 저자
삶의 지혜는 지천으로 널러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과거와 현재의 일상에서 우리는 삶의 알찬 지혜들을 배우고 익힐 수 있다.
다만, 삶의 지혜를 담을 수 있는 가슴과 그 지혜를 볼 수 있는 눈 그리고 들을 수 있는 귀가 있는 자에게만 가능한 일이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