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삶, 배려하는 삶, 돌아보는 삶 그리고 마지막인 삶

 

오늘 그녀는 이 세상을 정리하기로 했다.

오늘 그녀는 더 이상

세상의 모진 세파를 견디지 않기로 했다.

오늘 그녀는 자신에게

다른 세상을 선물하기로 했다.

새로운 시작은 현실의 문이 닫혀야 가능하다.

 

거의 모든 짐들을 정리했다.

남은 액자에서  사진은 따로 분류했다.

그리고 찢어서 일반쓰레기통에 넣었다.

마지막을 함께할 성냥은

고민스러웠지만,

분리수거함 바로 옆에 위험하지 않게

놓기로 했다.

 

집안의 모든 쓸만한

물건들은 이미 정리했다.

오직 나의 삶의 흔적인 신발 한컬레와

지금 입고있는 옷 그리고 안경만은

마지막까지 나와 함께할 것이다.

욕실타일위에 산책길에 주어온

넓쩍한 돌을 놓았다.

그리고 번개탄을 일정한 간격으로

띄워두었다.

불을 붙이자

연기와 함께

작은 불길이 삽시간에 

욕실을 자신의

영역안에 두었다.

잽싸게 뒤정리를 하려고

번개탄의 비닐껍질과

머리없는 성냥 손잡이를

집어서 물로 행군다.

그리고 일반쓰레기함에 넣는다.

 

지난 생이 비교하지면

이번 생은 다소 외로웠던 것 같다.

삶은 결국 한번의 죽음을

피해갈 수 없다고 하는데

나는 그 죽음을

조금 일찍 접할 뿐이다.

다른 생은 궁금하다.

이제 누군가에게 치일 염려없고,

누군가를 괴롭거나

슬프게 할 이유도 없이

나는 이번 생에서의

마지막을 고하면서

스스로에게 작별인사를 한다.

"힘들었지만, 억울하지만,

 어이없는 일이 많았지만,

 괜찮은 삶이었던 것 같다

 다음 생은 좀 다른 환경에서

 다른 삶을 살아가고 싶다..."

 이제 나를 아는 모든 이와

 안녕을 고한다.

 

 -어느 무명인의 삶에 대한 고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