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고금 2012. 2. 29.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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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내어 줌

 

내가 가난한 한 노인에게

모포 한 장 내주기를 거부했던 그 추운 날 밤에

나는 죽어서 하느님께 심판받는 꿈을 꾸었는데,

  

그때 나는 아무런 준비도 없이

그 커다란 바위 밑에서 지내고 있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모포를 내주기를 거부했던 그 일이 있은 지 몇 달 뒤에

외인부대 육군 중위인 군의관을 만났는데

그는 내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카를로 수사님, 당신들이 타츠루크로 가서

우크셈에 있는 천막촌을 찾아 간다면

거기서 정말로 가난한 사람들을 보게 될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내게 뭔가 새로운 것을 가르쳐 주기를

원하셨다고는 생각하지도 않고

나는 최대한 빨리 그 의사가 가르쳐 준 천막촌을 찾아 나섰습니다.

  

아침이 밝아 오기 시작했고 아직 추웠습니다.

사람들이 나를 외딴 천막으로 안내했습니다.

거기에는 죽어 가는 여인이 있었습니다.

남편은 없지만 아주 어린 아기가 있는 흑인 노예였습니다.

  

나는 천막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음산했습니다.

 

가난한 여인은 마른 풀로 엮은 깔개 위에 길게 누워 떨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그녀의 조상인 투아레그족 특유의 색깔인

푸른색 면으로 된 넝마조각을 덮고 있었습니다.

온통 너덜너덜해서 전혀 보온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그녀 옆에는 반쪽짜리 모포에 싸인 아기가 있었습니다.

이 여인은 죽음을 앞두고도 자기는 추워서 떨면서

아기는 따뜻하게 하는 길을 택했습니다.

  

주인들에게 억지로 몸을 내주고 정말로 하찮은 존재로 취급당하다

제3세계의 가난한 사람들이 흔히 죽어 가듯,

그렇게 죽어간 비그리스도인 그 가난한 여인은

진정 자기 아들에게 완전한 사랑을 실현했습니다.

  

그녀는 자신을 희생하기까지,

그리고 자신은 아무것도 아니고 아무런 가치도 없는 것처럼

단순하게 그 아들을 사랑했습니다.

  

나는 내가 모래알처럼 메말라 있음을 느꼈고,

순수한 본성을 통해 생활한 그 여인의 삶

-내가 은총의 탁월성을 통해 살수 없었던-

앞에서 초라해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한없이 가난한 그 천막 아래,

아무런 인정도 존경도 받지 못하는

그 여인과 함께 계셨습니다.

  

그녀는 예수님께서 갈릴래아에서 행하신 사랑의 행위,

곧 순수하게 자신을 내주는

그 사랑의 행위를 성취했던 것입니다.

  

- 카를로 카레토/보이지 않는 춤 중에서 -

우리가 울부짖는 신에 대한 사랑속에
우리는 오직 우리의 기대와 바렘만이 존재한다.
신은 우리와 함께 계시지만, 항상 우리의 기도에 응답하시지 않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을지도 모른다.
진정 우리는 나눔의 정신을 알고 있는가.
진정 우리는 나눔이 가치를 알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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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계영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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