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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랑이라는 말은?
    동서고금 2010. 5. 11.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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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의 말은

     

     

    1 시냇물에 잠긴 하얀 조약돌처럼 깨끗하고 단단하게 마음속 깊이 숨어 있던 그 귀한 말. 사랑의 말을 막상 입으로 뱉고 나면 왠지 쓸쓸하다.

    처음의 고운 빛깔이 조금은 바랜 것 같은 아쉬움을 어쩌지 못해 공연히 후회도 해본다.

    그러나 한번이라도 더 듣고 싶어 모든 이가 기다리고 애태우는 사랑의 말. 이 말은 가장 흔하고 귀하면서도 강한 힘을 지녔다.  

     

    2 어려서는 내게 꽃향기로 기억되던 사랑의 말들이 중년의 나이가 된 이제사 더욱 튼튼한 열매로 익어 평범하지만 눈부신 느낌이다. 비록 달콤한 향기는 사라졌어도 눈에 안 보이게 소리 없이 익어 가는 나이 든 사랑의 말은 편안하구나. 어느 한 사람을 향해서 기울이고 싶던 말이 더 많은 이를 향해 열려 있는 여유로움을 고마워한다.   

     

    3  누군가를 처음으로 사랑하기 시작할 땐 차고 넘치도록 많은 말을 하지만, 연륜과 깊이를 더해 갈수록 말은 차츰 줄어 들고 조금은 물러나서 고독을 즐길  줄도 아는 하나의 섬이 된다. 인간끼리의 사랑뿐 아니라 신(神)과의 사랑도 마찬가지임을 이제 조금은 알 것 같다. 나는 섬이 되더라도 가슴엔 늘상 출렁거리는 파도가 멈추지 않기를 바란다. 메마름과 무감각을 초연한 것이나 거룩한 것으로 착각하며 살게 될까 봐 두렵다. 살아가면서 우리는 무엇보다도 마음의 가뭄을 경계해야 하리라.     

     

    4  아침엔 조금이나마 반가운 비.  참으로 오랜만에 맡아 보는 하늘물 냄새. 안팍으로 물이 귀한 세상에 살고 있는 요즘이다.

    메마른 세상에 물이 귀하니 사람들 마음 안에도 사랑의 물이 고이질 못하고 인정과 연민이 줄어드는 것인가?

    연일 보도되는 사랑없음의 사건들이 우리를 우울하게 한다. 때로 마음이 아닌 머리로만 살고 있는 것 같은 나 자신과 이웃을 발견하는 일도 슬프다.    

     

    5 진정한 사랑의 말이 아닌 모든 말은 뜻밖에도 오해를 불러 일으킬 때가 많고. 그것을 해명하고자 말을 거듭할수록 명쾌한 해결보다는 더 답답하게 얽힐 때가 많음을 본다.

    그러므로 소리로서의 사랑의 언어 못지않게 침묵으로서의 사랑의 언어 또한 필요하고 소중하다.    

     

    6 편지나 대화에서 ’사랑하는 OO에게’ 라고 표현하는 것조차 쉽지 않을 때가 있다. 듣기엔 아름답고 포근한 느낌을 주지만 실상 이 말엔 얼마나 큰 책임의 무게가 따르는가?

    어머니의 내리사랑, 언니의 내리사랑을 더욱 구체적으로 생각하게 된다.   수도원 안에서 내게도 사랑을 베풀어야 할 대상이 날로 많아지지만 난 내리사랑은커녕 동료들과의 마주사랑도 잘 못하고 있으니 언제 한 번 제대로 사랑의 명수가 되는 기쁨을 누려 볼 수 있을까 걱정이 되네.  

     

    7 ’우리는 함께 살고 있는 사람들의 필요에 민감해져야 한다.

    바로 그러한 데서 공동체가 시작될 것이다’라는 장 바니에의 말을 새겨들으며 이것이 곧 사랑의 아름다움 속성이라 생각해 본다.

    그러나 인간은 본능적으로 자기중심적인 경향을 지니고 있어 이웃의 필요보다는 자신의 필요에 더 민감하도록 길들여졌기에 이웃을 위한 사랑의 민감성을 잘 키워 가도록 더욱 끊임없이 노력해야 할 것이다.  

     

    8  진정 자유로운 사람은 마음을 넓혀 가는 사랑 안에서 남을 용서할 수 있는 사람이다. 어떤 사람과 언짢은 일로 서먹한 사이가 되어 누구도 선뜻 다가가지 않는 시간이 길어질 때면 먼저 용기를 내어 지난 일을 잊고 마주 웃을 수 있다면 그가 곧 승리자이고, 둘 사이에 막혔던 벽을 용서와 화해로 허물어뜨리는 큰 기쁨을 맛볼 수 있으리라.

    이것이야 말로 ’여러분 안에 소금을 간직하고 서로 평화롭게 지내시오’ 하는 복음을 실천하는 길이다.

    누구에게도 꽁한 마음을 품지 않도록 관용의 소금을 늘 지니고 살아야겠다.

     

          이해인 수녀님의 사랑할 땐 별이되고에서...

    인간은 본능적으로 자기중심적이면서 한편으로는 누군가가 필요한 존재하를 생각을 해봅니다.
    항상 누군가를 필요로 하면서도 때때로 불편해하는 이율배반적인 존재인 인간이기에 우리의 삶은 어쩌면 항상 신을 향한 기도에 집착해야 하는 지도 모릅니다. 스스로의 모순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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