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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딸과의 약속
    마늘과 생강 2009. 12. 26.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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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 해 전 24시간 연중무휴로 운영하는 제과점에서

    새벽6시부터 오후 3시까지 아르바이트할 때 였다.

    아직 해가 뜨기도 전이었지만, 아침 빵을 진열하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었다.

    그때 청소복을 입은 젊은 아저씨 한 분이

    빠끔히 문을 열고 들어왔다.

     

    아저씨는 마치 제과점에 처음 온 것 마냥 쑥스러운 표정으로

    한참을 두리번거리기만 했다.

    새벽청소를 막 끝내고 씻지도 못했는지 아저씨의 몸에서는

    이상한 악취가 진동했다.

    나는 혹시 매장에 냄새라도 밸까 봐 얼른 찾는 빵을 사서

    나갔으면 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렵사리 입을 연 그 아저씨는

    "저 오늘 여덟 살 난 딸아이의 생일인데요.

    작은 케이크 하나 포장해 주셨으면..."하는 것이었다.

    그러고 보니 아저씨의 손에는 예쁜 곰인형 하나가

    쥐어져 있었다.

    그 인형만큼이나 예쁜 케이크가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그날 따라 케이크가 다 팔리고 없었다.

    몹시 죄송한 마음으로 케이크가 없다고 했더니 어린 딸아이와

    약속을 했는데 다른 제과점은 문을 열지도 않았으니

    어떻게든 만들어 줄 수 없냐고 부탁하는 것이었다.

     

    아저씨의 간절한 눈빛을 저버릴 수 없어 공장에 연락해 빨리

    케이크 하나를 만들어 매장에 내려달라고 했다.

    아저씨는 고맙다고 하며 밖으로 나가시더니,

    입구에서 뚝 떨어진 곳에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 추운 겨울날 새벽 내내 떨며 일했을텐데 밖으로 나가서

    기다리는 모습이 안쓰러워 몇번이고 들어오시라고 했지만

    아저씨는 웃으며 거절했다.

    당신의 몸에서 나는 냄새로 다른 손님들에게 혹시 방해가

    되지 않을까 싶어 걱정스러웠기 때문이리라.

     

    한참 뒤에야 공장에서 케이크가 내려왔다.

    예쁜 토끼모양의 케이크를 받아든 아저씨는 초를 여덟개

    넣었는지 확인하고는, 한시간이 넘게 추운 곳에서 떨었던

    얼굴에 환한 웃음을 지으며 가게를 나갔다.

     

    아침 햇살이 살포시 내려앉는 거리를 밝게 웃음 지으며

    걸어가던 그 아저씨의 뒷모습은 쉽게 잊혀지지 않는 한 폭의

    그림이 되어 남아 있다.

     

    여덟 살 난 딸과의 약속을 위해 새벽 추위도 아랑곳하지

    않던 그 분을 생각할 때마다 나는 우리들에게는 그렇게

    소중히 여길 약속이 있었는지, 그 약속을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되짚어 보곤 한다. --카톨릭 굿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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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신제가치국평천하라는 말이 난무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마치,집안일은 등한시해도 사회생활을 잘하면 그것으로 만사 오케이 였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약속은 지키고 싶을 때 지키는 것이라는 농담이 풍미하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무엇이든 습관이 된다는 것입니다.
    가정을 소홀히 하면서 과연 얼마나 사회생활을 제대로 할 것이며,
    약속을 어기는데 익숙한 사람들이 얼마나 성공의 길을 갈 수 있겠습니다. 거짓과 사기 그리고 과장과 허풍이 난무하는 사회에서 이제 우리의 삶속에서 진솔함의 가치가 더더욱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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