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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삶의 행복은 무엇인가?
    누코의 일기 2021. 5. 20.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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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코는 40대로 신도림역 이면도로에 있는

    허름한 만두전문점 주인이다.

    종업원은 없다.

    아내와 둘이서 소박하게 만두집을

    운영하면서 7살난 딸아이가

    무럭무럭 자라는 재미에 

    살아간다.

    맛때문인지 아니면

    가격때문인지 손님은 솔솔찮게 있지만,

    워낙 돈 욕심이 없고 

    덤이 많아서 수입은 항상 생활비에서 

    조금 남는 정도였다.

    인연을 소중히 여겨라.

    무리하지 않게 일하면서

    가족 모두 건강한 것이 축복이라는 

    생각으로 만족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어느 날 노부부가 함께 가게에 오셨다.

    다소 이른 시간이었고,

    한가한 시간대라 그려려니 했다.

    그런데 매주 화요일 11시 경에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면서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오셨다.

    만두도 항상 1인분씩 시키고

    거의 반이나 남기고 서로 손을

    꼭잡고 눈만 쳐다보다가

    한 1시간 남짓 있다가 같이 일어나서

    나가셨다.

    처음에는 그려려니 했는데 

    반복되는 방문에 호기심이 동했다.

     

    어느날 넉살 좋은 누코가 

    <아 어르신들 산책나오신 모양입니다.

      그런데 만두는 남기지

      말고 드시면 좋습니다.

      신선한 재료로 만들어서 요기하는데 

      제격입니다>하고 말을 건냈다.

    할머니는 가만히 계셨고

    할아버지는 허허 하시며 

    그래 맛이 그만이군... 하며

    받아넘기셨다.

     

    그렇게 여러 달이 지나면서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누코네

    만두가게의 정기고객?이 되었다.

    서로에 대한 경계심이 허물어질 무렵

    할아버지는 자신들의

    사정을 말하기 시작했다.

    두 딸이 있는데 젊은 시절 재산이

    제법있어서 출가시킬때 

    집과 세간살이를 제대로 해주었고

    그녀들과 사위들도 

    자신들을 서로 모시겠다고

    호언했다는 것이다.

    나이를 먹으면서 자식에게

    의지해야 겠다고 생각하고 

    남은 재산인 집을 팔아서

    두딸에게 나누어주고 자신들은 

    큰 딸의 집에 머물러있게 되었다.

    그런데 큰딸이 까탈을 잡았다.

    왜. 재산을 나누어 가졌으면서

    자신만 부모를 모셔야 

    하느냐는 것이다.

    그것도 출가외인인데..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작은 딸에게 거쳐를 옮기게

    되었는데..몇 개월이 지나자 

    작은 딸이 똑같은 불만을

    토로하였다는 것이다.

    그래서 결국, 부모들을

    각자 한 명씩 모시기로 그들끼리 

    합의를 보았고

    이 노부부는 이산가족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할아버지는 왕십리에 있는

    큰딸집에 머물고 

    할머니는 부천에 있는

    작은 딸네 집에 있게 되었다.

     

    참~누코는 어이가 없었다.

    이런 개같은 경우가 있다니...

    그런 상황에서도 노부부의 만남이 

    신도림역 누코의 만두집

    에서 지속되었다.

     

    그런데 한 동안 화요일 11시에 노부부의 방문이 끊겼다.

    참으로 답답할 노릇이었다.

    누코는 혼자서<어르신들이 어디 편찮으신가...

    아니면 거처를

    합쳐서 이제 은밀한 데이트가

    필요가 없어진 것인가??>라고

    중얼거렸다. 일손이 잡히지 않았다.

    .

    .

    그렇게 3개월쯤 지났을 때

    화요일 11시에 할아버지가

    초췌한 모습으로 더욱 느린 

    걸음으로 나타나셨다.

    할아버지는 만두 1인분을 주문하고

    가만히 물만 마시고 

    계셨다. 누코는 재빠르게 만두일인분과

    단무지를 수북하게 

    담아서 할아버지에게

    건네면서 말을 건냈다.

    <할아버지 할머니는 조금 늦으시나봐요?>

    한동안 말이 없으셨던

    할아버지는 조금 낮은 소리로 말했다.

    <할멈은 먼저 저 세상으로 갔어... 결국,

      혼자서 먼저갔어.

     혹시나 우리 노인네들

     기다릴까봐 오늘 온거야..

     나도 이제 

     곧 따라가야 하니..

     오늘이 마지막이겠지..>

    갑자기 누코부부는 가슴이 먹먹함을 느꼈다.

    <아이 어르신도 오래사셔야죠..

      할머니도 그걸 바라실 

     거예요..>

     조금 더 앉아있다가 할아버지는

     만두에는 손도 안대시고 

     물만 조금 마시다가

     조용히 만두값을 테이블위에

     얹어놓고 떠나셨다.

    누코부부는 더 이상의

    위로를 할 수 없었다.

    할아버지가 더 슬퍼할 것

    같아서였다.

    진정한 외로움은

    누군가가 옆에 없어서가 아니다.

    누군가가 있어서

    외로움은 더욱 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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