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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누코의 일기-미루지마라
    누코의 일기 2021. 1. 28.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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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코는 50대 중반의 가장이다.

    중견건자재회사에서 

    부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정년이 얼마남지 않았다.

    큰 아들은 이제 군대를 가기위해서 

    휴학하고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고, 둘째 아들은 고2다.



    사이좋은 노모와 아내는 마치 모녀지간과 같다.

    그 동안 아껴서 고향에 자그마한 

    별장같은 주거지도 마련했다.

    큰 녀석이 재대하면 동생과 함께 생활하게 

    지금 살고있는 아파트를

    물려주고 자신과 아내는 

    고향을 그리워하는 노모와 함께 

    산천초목이 우거진 고향으로 갈 생각이다.



    몇번 귀향을 고민했지만, 

    아이들의 학교문제로 미루었던 것을

    이제 얼추아귀가 맞아들어가 2~3년 후면 

    그리도 원하던 

    귀향이 가능할 것 같아 

    일은 힘들지만 즐겁다.

    차들 사이로 배달오토바이들이 경쟁을 하듯이 

    곡예운전을 한다. 

    한동한 눈에 띄였던 가스배달의 용사들은 

    자취를 감추었지만, 

    다양한 배달의 민족 후예들이 열심히 그 바톤을

    이어받고 있었다.



    거대한 정유차량 한대가 차체고장으로 

    갓길에 정차하고 있었다.

    버스 뒤를 바짝 붙어서 배달오토바이 한대가 

    아슬하슬하게 뒤따라오다가 

    추월을 하려고 갑자기 1차선으로

    치고 나갔다.


    그때 정차하고 있던 정유차량이 눈에 들어왔다. 

    버스때문에 사각이 생겨서 

    보이지 않았던 장애물이었다.

    오토바이가 급정거를 했지만 

    이미 늦었다. 



    견고한 정유차량 후면을 강하게 들이받고 

    배달오토바이는 

    굉음과 함께 튕겨져 나간다. 

    운전자는 그 자리에서 숨졌다.


    누코는 거래처에 들렸다가 

    혼자서 늦은 점심을 먹고 있었다.

    까닭모를 불안감이 엄습한다.

    전화벨이 울린다. 

    아내의 우는 소리가 들리고 00병원으로 

    빨리오라는 재촉이

    울음소리에 녹아있다.



    서둘러 병원으로 가보니, 

    영안실에 큰 놈이 누워있다.

    만진창이된 몸을 보니 

    가히 충격적이다.

    내일모래 입대할 큰 놈은 

    입대일까지 시간이 있다면서

    배달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다.

    .

    .

    .

    큰 녀석을 가슴에 묻고 

    6개월 정도가 지났다.

    노모에게는 그냥 군대에 갔다고 했다.

    노모가 충격을 받을까봐 

    사실대로 말할 수 없었다.



    오늘 아침 아내가 가슴이

    답답하다고 했다.

    평소에도 협심증 증세가 있어해서 

    병원이나 가보라고 

    퉁을 놓았다.

    오후에 전화가 왔다. 

    아내였다.

    병원으로 좀 와달라는 것이었다.

    누코가 병원으로 가보니 

    의사와의 면담이 잡혀있었다.



    의사는 아내의 혈관을 좁아져서

     혈관에 이물질을 제거하는

    시술이 필요하다고 했다. 

    일정은 최대한 빨리 

    잡을 필요가 있다고 했다.

    별다른 이상은 없기 때문에 

    굳이 대학병원이나 종합병원이

    아니라 이곳에서도 가능하다고 했다.

    급한대로 이틀후 시술을 받기로 하고, 

    아내와 같이 병원을 나섰다. 

    간단한 옷가지를 챙기고 

    밑반찬을 준비하는 아내를 보고 

    누코는 짜증이 났다. 

    마치 멀리 떠나는 듯 집안을 단도리하는

    아내가 몹시 못마땅했다.



    아내와 같이 병원에 당도하니, 

    담당의사는 웃으면서 이제 

    걱정마시고 직장으로 출근해도 된다고 

    너스레를 떤다.

    누코도 나름 바쁜일이 있어서 

    자연스럽게 직장으로 갔다.

    늦은 오후 5시경 급하게 벨이 울린다.

    병원이었다.

    아내가 위독하다는 소식이다.

    갑자기 누코는 정신줄이 날아가는 듯했다.

    자녀가 있으면 함께 병원으로 와달라는

    다급한 병원측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리고 

    둘째녀석 학교로 향했다.

    일단 자율학습 조퇴를 시키고 

    병원으로 갔다.



    병원에서 대강 상황을 설명해주었다.

    간단한 시술중에 

    아내가 쇼크를 일으켰다는 것이다.

    거의 심정지상태에 가까웠다.

    심장제세동기까지 동원되었다.

    .

    .

    .

    그리고 심장의 멈춤이 지속되었다.

    둘째와 함께 아내의 손을 잡았다.

    아 이런..

    아내의 손을 놓지 못하자...

    둘째 녀석이 말한다.

    <아빠 이제 엄마 보내드리자, 

     형아랑 만날 수 있게....>

     


    지난 6개월동안 누코는 큰 아들과 

    아내를 잃었다.

    모든 것이 완벽한 삶이었는데 

    무엇이 어떻게 어디서부터 

    어긋났을까...

    누코는 다시 노모를 떠올렸다.

    너무나 미루었나... 조금만 조금만 하다가 

    결국, 아무것도 

    갖지못하게 된 것인가?

    삶에 대한 후회와 분노 그리고 허무가 

    누코의 눈앞에 어른거렸다.

    <엄니에게 아내는 또 어디갔다고 말해야 하나.

      그리고 두째와 나는 또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




    그렇게 또 다시 시간은 흘러갔다.

    노모에게는 아내가 잠시 처가에 일이 있어

    머무른다고 일러놓고, 자신은 둘째와 넋나간

    모습으로 서로 마주보기를 수차례..

    가끔 둘째를 데리고 심리치료실을 

    들락거린다.


    그러나, 큰녀석과 아내가 떠난지 1년이 

    넘었지만, 현실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오직 엉망이 되어가는

    일상만이 그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


    내가 원하는 시기는 나에게 

    예정된 시기가 아닐수 있다.

    하고 싶은 일,

    해야 할 일,

    필요한 일 등을 

    미루게 되면 결국,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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