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우와 직녀 2012. 3. 7.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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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처녀가 있었다.
그저그런 직장에 다니는 30대 후반의 미혼녀.
스스로는 골드미스라고 생각한다.
약간의 저축과 변두리의 싸구려 오피스텔이 전재산이지만, 본인은 절대적으로 그렇게 생각한다.

어느날 행운의 편지가 날아왔다.
배우자 백화점이라는 곳에서 무료로 상품이 당첨되었다고 한다.
상품은 와서 고르라는 너무도 반가운 편지였다.

우연한 기회에 응모하고 잊고 있었는데 그게 잘된 모양이다.
배우자 백화점은 보다 저렴하게 마음에 드는(물론 스펙으로)공급하는 최고급 배우자 선택 백화점으로 회원중심의 백화점이다.

다만, 지정된 날 혼자서 그곳에 가야 한다는 것이 다소부담이 되었지만,
워낙 즐거운 마음에 잠을 이룰수가 없었다.

해당일에 일찍일어나 나온 배를 코르셋으로 조이고, 머리를 감고 고데기를 최대한으로 사용해서 자세를 잡고 집을 나섰다.

한번도 이용해 본일이 없다는 것을 알았는지
백화점측에서는 자세한 설명을 해주었다.
그 핵심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5층까지 올라가는 과정에서 각 층에서 문이 열리고 유리에 비친 상대와 설명된 스펙을 보고 마음에 들면 내리면 되고 그 층에서 원하는 상품(배우자)를 고르면 된다는 것이었다.

의외로 간단한 원칙에 너무나 흐뭇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오르니 금방 이층이 되었다.

엘리베이터가 열리고 열림 버튼을 누르고 있으니 2층의 상품들이 한눈에 들어왔다. 훤칠한 키와 외모에 탄탄한 중소기업에 다니는 멋진 배우자감이었다. 한동한 말문이 막혔지만, 생각해보니 여기에서 내리기에는 조금 성급한 생각이 들었다.

다시 한 층을 오르니 3층에서 엘리베이터가 열렸다.
이번 층에서는 외모와 키는 2층과 유사한데 스펙이 상당했다.
기본이 SKY에 다가 대부분 대기업에 다니는 인재들이었다.
유체이탈이 될 뻔한 놀라움을 애써 감추며 속으로 생각했다.
나도 골드미스인데 이 정도는 일상이지머....

슬그머니 욕심이 동했다.
다음 층은 어떨까?

다시 기대반 우려반으로 다음 층으로 향했다.
4층에서 엘리베이터가 열리자.
이 노처녀는 눈을 둘곳을 찾지 못했다.
외모와 키는 물론이고 그 스펙과 집안까지 모두 출중했다.
게다가 이번 층에서는 특별히 가정적인 생활감각이 추가되어있었다.

내리고 싶은 충동에 발을 내딛을 뻔했지만, 또 다시 욕심이 동했다.
가만, 혹시 다음층은 전문직에다 재벌집 자제들..그래 그럴꺼야.
지금까지 모두 업되는 분위기니까..

다시 조용이 문을 닫고 마지막 5층으로 향했다.
기대감으로 5층 문이 열렸다.
그러나 기대화는 달리 5층에는 아무것도 없었고, 내려가는 계단만이 있었다. 그리고 출입구를 가리키는 화살표 밑에 아주 작은 글씨로 써있었다. <사람의 신세를 망치고 인생을 망치는 것은 바로 자신의 욕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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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계영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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