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코의 일기 2017. 2. 13.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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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코는 46살의 여자행원이었다.

이번에 명예퇴직을 신청하고 뉴질랜드로 떠났다.

틈틈히 모아온 돈과 명예퇴직금 그리고 행원으로 일했던 

경력과 네일아트기술 등이 뉴질랜드 이민의 요건을 

충족시켰다.

가능하면 누코는 한국의 조용한 시골에서 하얀 백구나 

한마리 키우면서 자신이 평소하고 싶었던 일이었던 

글이나 쓰고 여행이나 하면서 살고 싶었다.

그러나, 가족이 문제였다. 

찰거머리 가족들과 도저히 함께할 수 없을 것 같아서 아예 

찾아오지 못할 곳으로 가족들에게는 절대로 알리지 않고 

아주 조용히 떠났다.

누코의 출국이 있은 다음날 집안은 아주 난리가 났다.

누코는 자신의 명의로 되어있지만,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던 집을 팔았버렸다. 

그리고 큰 남자동생의 대출금연기에 보증인 노릇도 거부했다.

더불어 막내동생의 사업자금부탁도 자연스럽게 절단이 났다.

누코는 맡딸이다.

부모님은 누코가 살림밑천이 아니라 아예 자신들과 밑으로

있는 남자형제 둘의 종으로 키웠다.

형편도 되었고, 공부도 곧잘 했지만, 실업계를 보내서 은행에

취업시켰고 그 월급을 보태서 동생들의 럭셔리 중고등생활과

대학재수비용까지 감당했다.

동생들은 남자니까 항상 앞세웠고, 누코는 누나이면서 

여자니까 항상 뒤로 처졌다.

동생들의 대학학비도 누코의 월급에서 나왔고 동생들의 

결혼자금도 부모못지 않게 누코가 감당해야 했다.

누코가 30을 바라보던 시절에 결혼상대가 나타났다.

무던했던 사람이라 부모님께 언질을 했더니 집안에 난리가

났다. "네가 정신이 있는 얘냐! 동생들과 부모는 어쩌구 

결혼을 해... 조금 더 네가 도움이 된 다음에 결혼해도 늦지

않아, 요즈음은 다 늦게 결혼하잖니"

"누나 그래 부모님 말씀이 맞잖아.. 지금 우리집 생활에서 

누나가 빠지면 정말힘들어.. 조금 늦게 결혼해도 잘만 

애낳고 잘살더라.."

누코는 결국 자신의 짝과 헤어졌다.

누나에게는 늦은 결혼도 괜찮다던 남동생들은 자신을 보증

세우고 부모님통장과 자신의 쌈지돈을 탈탈털어서 늦게 

결혼하면 2세에게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면 30이전에 다 

결혼을 했다.

큰 동생은 사업자금이 필요할 때마다 누코를 통해서 대출을

받았고, 제대로 값지 못한 이자나 원금은 다 누코의 차지가 

되었다. 부모님에게 하소연을 해도 부모님은 오히려 누코에게

역정을 냈다."남도 아닌 네 동생일인데 그게 무슨대수냐!!"

막내동생도 결혼했지만, 항상 집에와서 손을 벌렸다.

집을 늘려갈때도 그랬고, 새로운 차를 뽑을 때로 그랬고, 

하다못해 자기가족들 해외여행 갈때도 그랬다.

그래도 이상하리만큼 부모님들이 남자형제들에게만은 

후했다. 

결국 부모님들은 형제들의 앞으로 언제든지 모시겠다는 

감언이설에 속아서 자신과 살던 집을 팔아서 자신들을 

위한 약간의 비상금을 제외하고 분배해주었다. 

물론 누코에게는 아무것도 없었다. 

큰 동생집과 막내 동생집을 번갈아 가면서 행복한 노후를 

보내겠다는 야심찬?계획의 시작이었다.

오갈데 없는 누코는 자신의 적금을 깨고 약간의 예금과 

대출금을 합쳐서 변두리에 빌라하나는 구입했다.

그곳에서 자신만의 삶을 살아보고자 한 것이다.

이미 결혼 정년기를 넘었으니 제대로 된 남자?를 만나기는 

힘들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그 소박한 꿈도 깨졌다.

누코와 사는 것이 좋다고 너스레를 떨면서 부모님들이 

밀고 들어오신 것이다. 

명분은 여자가 혼자사는 것도 위험하고, 아무래도 누코와 

정이 깊어서 였다는 것이었다.

누코는 이후에도 가족들에게 지속적으로 수탈?을 당하면서 

자신의 삶의 살아가지 못했다.

그래서 결국에는 한국을 떠나기로 했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작정이다.

여전히 두 동생은 누코가 자신의 봉이었고, 부모님은 요즘은

혼자서도 잘 산다고 하시며 행여나 누코가 결혼이라도 

할까봐 노심초사 했다.

누코의 친구들과 이웃들 심지어 친지들조차 누코에게 더 

이상의 희생은 무의미하다고 누코의 결정을 거들었다.

이제 누코는 뉴질랜드로 떠났다.

그녀는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가족을 제외하고는 그 누구도 그녀를 탓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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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계영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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