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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이를 먹어 좋은 일이 많습니다.


조금 무뎌졌고 조금 더 너그러워질 수 있으며
조금 더 기다릴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저 자신에게 그렇습니다.
이젠, 사람이 그럴수 도 있지.
하고 말하려고 노력하게 됩니다.





고통이 와도 언젠가는,
설사 조금 오래 걸려도..
그것이 지나갈 것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내가 틀릴 수도 있다고 문득문득 생각하게 됩니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학대가 일어날 수도 있고,
비겁한 위인과 순결한 배반자가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사랑한다고 꼭 그대를 내곁에 두고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잘못된 사랑은 사랑이 아닐까?

나이를 많이 먹은 지금 나는 고개를 저어봅니다.
잘못된 것이었다 해도 그것 역시 사랑일 수는 없을까요?

그것이 비참하고 쓸쓸하고 뒤돌아보고 싶지 않은
현실만 남기고 끝났다 해도,
나는 그것을 이제 사랑이었다고 이름 붙여주고 싶습니다.
나를 버리고..





빗물 고인 거리에 철벅거리며 엎어진
내게 이별도 남기지 않은 채
가버렸던 그는 작년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며칠 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었지요.





그가 죽는다는데 어쩌면
그가 나를 모욕하고
그가 나를 버리고 가버렸던 날들만 떠오르다니.

저 자신에게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그리고 그의 죽음보다 더 당황스러웠던 것이
바로 그것 이었지만
그러나 그것 역시 진실이었습니다.

죽음조차도 우리를
쉬운 용서의 길로 이끌지는 않는다는 것을
저는 그때 처음 알았습니다.





인간의 기억이란
이토록 끈질기며 이기적이란 것도 깨달았습니다.
이제는 다만 영혼을 위해 기도합니다.

아직 다 용서할 수 없다 해도
기도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로 다행입니다.

우리 생애 한 번이라도 진정한 용서를 이룰 수 있다면,
그 힘겨운 피안에 다다를 수 있다면..





저는 그것이 피할 수 없는 이별로
향하는 길이라 해도 걸어가고 싶습니다.

죽음조차도 우리를 쉬운 용서의 길로
이끌지는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인간의 기억이란
이토록 끈질기며 이기적이란 것도 깨달았습니다.





내가 죽기 전에 해야 할 일이 있다면
그때의 그와 그때의 나를
이제 똑같이 용서해야 한다는 것이겠지요.

똑같이 말입니다..





기억 위로 세월이 덮이면
때로는 그것이 추억이 될 테지요.

삶은 우리에게 가끔 깨우쳐줍니다.
머리는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마음이 주인이라고..


* 공지영 <빗방울처럼 나는 혼자였다> 中에서
 

우리는 혹시 지나치게 나이를 잊고 살려고 발버둥치고 있지는 않습니까... 나이에 맞지 않는 행동이나 차림은 마치 몸에 맞지 않는 옷처럼 어색합니다.
행복은 어쩌면 당당하게 나이를 먹고 그 나이를 표현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행복해 지는 당신을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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